오늘 드디어 교통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혹시 몰라 사진이 있는 옵션을 선택했는데요, 즉석에서 웹캠을 들고 사진을 찍어주시네요.
여권 사진이 지나치게 잘 나온 탓에 몇년동안 고생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이런 아이디카드는 조금 못나오더라도 현실적인 사진을 사용하는 게 낫습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덴마크의 비는 사방에서 흩뿌리기때문에 덴마크인들은 우산을 쓰기보다 우비를 입습니다.
저도 어서 우비를 사야할텐데요.
덴마크 국립 박물관은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티볼리 놀이동산을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금방 박물관에 도착합니다.
박물관 근처에는 신 카를스베르크 글립토테크 미술관이 있습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 모네, 르누아르, 드가, 세잔, 피사로와 같은 거장들의 회화작품도 소유하고 있지만 글립토테크 미술관은 조각품 컬렉션으로 특히 유명합니다.
로댕 컬렉션은 프랑스 이외 지역에 있는 컬렉션 중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고 하네요.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은 크리스티안보르그 궁전입니다. 국립 박물관은 크리스티안보르그궁전 바로 앞에 위치해있습니다.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95kr(약 16,000원)으로 학생할인/무료입장, 26세 미만 할인이 흔한 유럽에서는 조금 비싼 편입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종이티켓 대신 이런 핀을 줍니다. 잘 보이도록 꽂고 다니면 됩니다.
3층규모의 박물관에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역사가 시대와 주제별로 전시되어있습니다.
저는 시간순으로 관람하고 싶었기 때문에 1층의 구석기시대 전시실로 입장했습니다.
각 전시실마다 영문 해설이 상세히 써져있기 때문에 따로 오디오가이드나 영어가이드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어 가이드는 없습니다.)
양꼬치 먹고싶다
기원전 3000년에 만든 그릇이라고 합니다. 주변 유물들과 비교해보았을때 눈에 띄게 미려합니다. 예뻐서 한참을 보았네요.
제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물이나 예술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그릇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만든 걸까요? 또 어떻게 저렇게 장식할 생각을 했을까요? 저런 문양의 모티브는 어디서 얻은 걸까요? 어떤 도구로 저런 문양을 새긴 걸까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금세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저는 칼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손잡이의 장식이나 칼마다 다른 라인의 곡선을 구경하는게 즐겁기 때문입니다.
이쪽 지역에서 청동기시대의 칼이 많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 칼들은 남자들이 축제, 종교행사 등의 특별한 날에 치장하기 위한 장식용으로 제작된거라고 해요.
또 재미있었던 작품!
이 작품을 가지고 만든 기념품을 기념품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길래 형태만 보고 그리스신화의 태양마차를 나타낸 것인줄 알았는데요,
청동기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일출에서 일몰까지의 과정에 대한 상상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 옆에는 누르면 안될 것처럼 생긴 버튼이 있는데요, 그 버튼을 누르면
전시장의 불이 꺼지며 영상이 재생됩니다.
뱃사공들이 끌고온 태양을(일출) 말이 빼앗아 하늘 높이 띄우고, 뱀이 태양을 빼앗아 물속으로 가지고 들어갑니다. (일몰)
과거의 인류가 어떤 식으로 천체를 이해하려 했는지 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했는데 옆에 있던 어린이가 대신 눌러줘서 고마웠습니다.
이건 뭘까요? 뭔가 기생충같기도 하고
호른입니다. 이런 악기는 언제 사용한 걸까요? 저 시대에 금관악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제작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중섭의 소를 닯았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턱이 우그러졌을까요. 눈빛이 왠지 슬퍼보입니다.
이쪽도 어그러지긴 했지만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가 봅니다. 표정이 꽤 밝습니다.
포즈들이 흡사 아공동묘지에 아싸 올라갔더니 아싸 시체가 벌떡
바깥쪽만 화려한줄 알았는데 이렇게 안쪽에도 섬세한 장식이 있습니다. 상상속의 동물들이 잔뜩 있네요.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룰 때 사용했던 그릇일까요.
이거 정말 귀엽지 않나요? 실제로 보면 손톱만합니다. 마치 후치코같기도 한데요, 요 쬐끄맣고 귀여운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후치코
one punch three 강냉이
인천스웩
아니 대체 예수님 양쪽에 죄수들에게 무슨일이...?
솔직히 말해봐요 웃기려고 저렇게 만든거죠
천사들 표정이 너무 비장해서 웃긴...
오늘 봤던 작품들 통틀어 저의 최애작품.
아니 뭐 저렇게 생겼어 싶으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만든이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유물입니다.
저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걸까요.
이게 뭐냐면 체스 말입니다.
체스 말이 이렇게 생겼다면 나 매일매일 체스만 할래요.
왼쪽 아래에 있는건 보시다시피 주사위인데요. 주사위가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놀이도구인줄 몰랐습니다.
이것들이 뭐냐면 주전자입니다. 신성한 의식을 치를 때 사용한다고 합니다.
뚫린 머리 위로 물을 부으면 입이라든지 뿔이라든지 아무튼 다른 구멍으로 쪼르르 나오는 형식입니다.
없는 뿔까지 만들어서 구멍을 뚫어놓았으면서 왜 콧구멍이라든지 다른 구멍은 뚫지 않은걸까요? 조금 섭섭해지려고 합니다.
뜨거운 액체를 부으면 머리에서 하얀 김이 폴폴 올라올까요? 그렇다면 꽤 웃길 것 같습니다.
힘드니까 조금 쉬었다가 갑니다. 아직 2층의 반의 반도 못봤는데 벌써 폐장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나중을 기약하며 나머지 전시관은 대충 보기로 합니다.
태피스트리가 벽에 가득 걸려있습니다.
조명이 어두워 잘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거울에서 사진!
칼!
어릴때 검도복 입고 죽도차고 다니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몇 년 전에 펜싱이 배우고 싶어 알아봤는데 펜싱학원이 멀어 못다녔네요.
기념품샵에 체스를 팝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가지고 싶습니다.
박물관의 전경입니다. 다른 박물관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아쉽게도 폐장시간이 되어 발걸음을 옮깁니다.
뇌어포트역 근처의 아시안마켓 Den Kinesiske Købmand에 왔습니다.
마라샹궈 소스를 찾았는데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비비고 만두와 떡볶이 떡/소스, 당면을 구입했습니다.
한국/일본/중국/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식재료를 팔기 때문일까요, 구글 후기와 규모에 비해 살만한 것은 많이 없습니다.
지난번에 방문했던 센트럴역쪽에 있는 타이/아시안 마켓이 규모는 작지만 참기름, 고추장, 라면 등 다양한 한국 식재료가 구비되어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쌍무지개가 떴습니다. 겉에 있는 무지개는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네요,
오늘은 덴마크 국립 박물관에 가보았는데요, 역사, 지리, 미술관, 박물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스칸디나비안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덴마크 국립 박물관에 한번쯤 방문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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