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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2] 국제학생 오리엔테이션 foundation course, 각국의 전통음식 요리하기 international dinner

by 더스트캐치 2019. 8. 9.

학기 시작 전의 오리엔테이션 foundation course 시작이 다음주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번주부터였습니다.

일정을 확인해보니 오늘은 오전에 기초 덴마크어, 오후에는 로스킬레 대학교의 수업 방식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네요.

평소 덴마크어를 몰라 답답했기 때문에 덴마크어 수업에 참석하러 가봅니다.

 

 

교실에 도착하니 다들 삼삼오오 앉아있길래 제가 없는동안 팀이 꾸려진줄알았는데, 바로 앞에 앉아있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그냥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합니다. 다른 테이블에는 학생들이 그득그득 앉아있길래 이 학생 옆에 앉았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학생들이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지 거의 한시간동안 정적...

덴마크어 회화 연습을 발판삼아 서로의 국적과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한 명은 프랑스에서 온 남학생이었고 한명은 모로코에서 온 여학생이었습니다.

모로코 학생이 제 바로 옆자리였기때문에 내가 제일 괴로워하는 스몰톡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로코와 남미가 최근 제가 가장 가고싶은 여행지이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이야기를 꺼낼까 고심하던 와중, 모로코에서 온 학생이 저더러 한국의 어느 학교에서 왔냐고 먼저 물어왔습니다.

'물어보니 말은 한다만은 과연 우리 학교를 알까?' 라는 생각으로 대답을 해주었는 꽤나 자세히 알고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학교뽕이 차오른다

 


모로코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접했는데 (my mad fat diary에서 주인공 엄마가 영국에 불법체류중인 젊은 모로칸 남자와 재혼을 하고, orange is the new black에서는 모로칸 수감자들이 나옵니다.) 제가 미디어로 접한 모로코의 이미지로는 모로칸들은 영미권에 이민 혹은 불법체류를 많이 하는구나... 정도였습니다.

제가 모로코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미디어로 인해 모로코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사하라사막 얘기라도 할 걸 그랬나요.

프랑스에서 온 남학생이랑은 좀 멀리 앉아있어서 이야기를 많이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로스킬레 대학교의 철학, 시험 규칙 등을 배웠습니다.

 


로스킬레 대학교는 기존의-교수와 학생간에 위계가 존재하며 교수의 강의를 그대로 학생이 흡수하는-교육방식에 대항해 세워진 학교라고 합니다.

보통 수업은 학생들이 조그만 팀을 꾸려 주제에 맞게 60-80장정도의 페이퍼를 쓴다고 합니다.

한학기 내내 팀플이라는 건데 어쩐지 혼돈의 아포칼립스 예고편 느낌. 이거 미리 알았으면 나 여기 안왔어

 

 


페이퍼를 쓰기까지의 과정에서 교수는 학생에게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학생은 반드시 교수를 따를 필요가 없으며 학생들이 온전히 자기 힘으로 배움을 터득해나가는 것이 로스킬레 대학교의 교육철학이라고 하네요.

항해사는 학생이고 교수는 조력자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해주셨습니다.

한 마디로 삼강오륜 장유유서 군신유의 대한민국에서 절대 불가능한 교육체계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저녁에는 각국의 학생들이 각자 나라의 음식을 준비해와서 나누어먹는 international dinner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랑 처음 만나 이야기 할때마다 들었던 이야기가 "너 한국에서 왔다구? 여기에 한국학생 4명정도 있어!"였는데 다들 오늘은 참석하지 않았는지 안보여서 그냥 혼자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준비 시간은 3시간으로 꽤 넉넉했는데, 갑자기 통보받은지라 한국 식재료를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식재료를 구하려면 코펜하겐까지 나가야 했거든요. 저에게는 김치볶음밥이라는 선택지밖에 없었습니다.

코다차야의 그것과 견줄만큼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위해선 신김치 삼겹살 마요네즈 고춧가루 등등 필요한 재료가 많은데 지금 수중에는 쌀과 맛김치 베이컨 소세지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굳이 구구절절 부연설명을 하는 이유는 제가 김치볶음밥을 맛없게 만들 수밖에 없었음을 합리화하기 위함입니다. 태어나서 만든 음식중에 가장 맛없었습니다. 그걸 누군가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눈물 쏙빠질만큼 맛있는 한식을 해줘야겠습니다.

마! 이게 비빔의 민족이다ㅋ

 

 

 


터키, 캐나다, 노르웨이, 폴란드, 네팔 등 각국의 음식이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온 학생들이 덴마크 국기에 파란 줄만 그어서 노르웨이 국기 만든거 정말 깜찍하지 않나요?

 

 


차례대로 앞에 나가서 각국의 음식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음식의 이름과 재료, 언제 먹는지 (예: 기념일, 축하파티 등)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김치볶음밥을 언제 먹기는 언제 먹습니까 집에 먹을게 없을때 김치랑 밥이랑 아무거나 넣고 그냥 볶아 먹는거지. 그래서 그냥 대충 이름과 재료만 얼버무리고 발표 끝! enjoy!

 

사진출처: RUC international students fall 2018 페이스북 그룹

 

 

 

시식타임!

옆에 앉았던 그리스, 캐나다, 이탈리아 언니들이 김치볶음밥 맛있다고 해줬습니다. 당신들 쏘 스윗

어떻게 언니들이 언니인걸 알았냐면 캐나다 언니가 나이를 먼저 물어보았기 때문입니다. 석사를 하러 온 언니였기 때문에 저는 그 자리에서 베이비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학교로 돌아가면 "저 언니 아직도 학교 다녀?"의 '저 언니' 역할을 할 암모나이트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간만의 베이비 취급은 썩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 응애에요

 


캐나다 사람을 만나면 제 친언니 이야기로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에 캐나다 언니를 만난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다 할 수 있습니다. (친언니가 캐나다에서 꽤 오래 살았고 캐나다 여행 경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언니들이 계속 말걸어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라서 참석할지 말지 꽤 오래 고민했는데 용기내서 참석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혼자 가니까 다른 사람들하고 말하기도 편했고요. (인도에서 온 남학생도 혼자 참석한 것을 보고 내심 반가웠습니다)

 

 


제가 히스패닉, 코카시안, 아시안 등의 다양한 인종과 어울려 놀았던 경험은 올해 초에 갔던 호주에서의 현지 1박2일 요트투어가 처음이었는데요. 대부분이 영어권 국가의 사람이었고 한국 친구와 같이 갔던 여행이기는 했지만 왠지 투명인간이 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들과 저희 사이에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니 제가 영어를 할 줄 모르는줄 알고 말을 걸지 않았던 것 아닐까 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로 섣불리 말걸지 않는 것처럼요. 또 저는 내내 친구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제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면 서로 민망해지니 굳이 말을 걸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같은 인종들끼리 친해졌던 이유는 일부러 다른 인종을 배제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해외에 나갔을때 생김새가 비슷한 중국, 일본, 대만, 홍콩인들 (그마저도 없을때는 인도, 파키스탄, 네팔쪽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가고 빨리 친해지는 것처럼 그들도 그런 이유에서 그랬던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도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분께서 먼저 제게 말을 걸어주신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제게 다가왔고, 저도 용기내서 독일인 영국인 그룹에 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다들 쑥쓰러워서 말을 안거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먼저 다가가니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폴란드인에게 일본 관광지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한국계 네덜란드인에게 세계일주 경험담을 듣기도 하며 배우는 점도 많았습니다.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마 저는 오늘의 international dinner도 가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생각을 하느라 몇 주를 홀라당 까먹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본래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성격이지만 교환학생 생활만큼은 능동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제가 몰랐던 무언가를 알게 될 기회를 날려버릴지 모르니까요.

 

 

(사진 좀 더러움 주의) 친절한 사람들이 맛없는 김치볶음밥을 다 먹어주었습니다.

저녁파티는 마무리되었고 저는 이제 초토화된 주방을 정리하러 방으로 이동합니다.

 

 

 

주방을 다 정리하고 빨래를 하러 갑니다. 빨래를 하러 2층에 가야하는데 계단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이런 그림들이 있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불이 항상 켜져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점등이라 제가 들어가고 한 2초 후에 불이 켜지기때문에 무섭습니다.

 


온갖 전철에 그려져있는 그래피티라든지, 우리나라에 있는 베를린장벽에 낙서를 한 (자칭)작가의 결과물을 보면 꼭 미적감각이 별로인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결과물에 비해서) 비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를 표출하는 통로도 잘못되었고요. 수오지심이 없는 사람들같다고 할까요. 생각해보면 어느 분야나 다 그런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보다 책 한 권 읽거나 인터넷에서 글 몇줄 읽은 것이 전부인 사람들이 더 요란하게 굴기 마련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갑자기 분위기 수오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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